1. 서론: 행복의 본질을 묻다
정유정의 소설 [완전한 행복]은 표면적으로는 범죄 심리 스릴러처럼 보이지만, 그 밑바탕에는 행복의 본질과 심리적 조건에 대한 깊은 질문이 깔려 있습니다.
작품은 [완전한 행복]을 추구하는 인물이 어떻게 그 과정에서 왜곡된 신념과 행동을 형성하게 되는지, 그리고 그 결과가 본인과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글에서는 작품 속 핵심 키워드인 자기효능감(Self-Efficacy)과 행복 추구 심리학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자기효능감은 개인이 특정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을 뜻하며, 이는 행복감의 형성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자기효능감이 반드시 긍정적 방향으로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완전한 행복]의 주인공은 강력한 자기효능감을 가졌지만, 그것이 ‘타인의 행복’이나 ‘공동체적 가치’와 분리될 때 얼마나 위험하게 변질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2. 작품 개요: 완벽을 꿈꾸는 인물의 심리
[완전한 행복]은 주인공 ‘유나’가 어릴 적부터 자신이 생각하는 ‘완벽한 상태’를 끊임없이 추구하는 과정을 그립니다.
그녀는 모든 것이 계획대로, 의도대로 흘러가야 안심할 수 있고, 작은 불확실성조차 용납하지 못합니다.
겉으로 보면 유나는 자기 주도적이고 목표 지향적인 인물로, 높은 자기효능감을 갖춘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그녀의 행복은 ‘자신의 기준’이라는 매우 협소한 틀에 갇혀 있습니다.
그 틀에서 벗어나는 사람이나 상황은 모두 수정되거나 제거되어야 하며, 타인의 의지와 선택은 고려되지 않습니다.
결국 그녀의 행복 추구는 관계를 파괴하고, 범죄로 이어지는 파국을 맞습니다.
3. 자기효능감의 심리학
3-1. 개념과 기원
심리학자 앨버트 반두라(Albert Bandura)는 자기효능감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습니다.
“자신이 필요한 행동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믿음.”
자기효능감은 단순한 자신감이 아니라,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 행동 가능성에 대한 확신입니다.
연구에 따르면 자기효능감은 다음 네 가지 원천에서 형성됩니다.
- 성공 경험 – 과거 성취 경험이 자신감을 높임
- 대리 경험 – 다른 사람의 성공을 보며 가능성을 믿게 됨
- 언어적 설득 – 주변의 격려와 지지가 행동 동기를 강화
- 정서·신체 상태 – 긍정적 감정과 신체적 안정이 효능감에 기여
3-2. 유나의 왜곡된 자기효능감
유나는 목표 달성에 대한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지만, 그 목표가 객관적 가치나 도덕성과는 무관합니다.
그녀의 효능감은 ‘내가 옳다’는 절대적인 신념에서 출발하며, 다른 가능성이나 관점을 배제합니다.
결국 이는 자기효능감이 높은 사람이 반드시 ‘건강한 행복’을 누리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4. 행복 추구의 심리 구조
4-1. 행복의 두 가지 경로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먼(Martin Seligman)은 행복을 쾌락적 행복(hedonic)과 의미 중심 행복(eudaimonic)으로 나눴습니다.
- 쾌락적 행복: 순간적인 즐거움과 욕구 충족에서 오는 행복
- 의미 중심 행복: 가치 있는 목표와 삶의 의미를 추구하며 얻는 행복
유나의 행복은 쾌락적 행복에 가깝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기준에 맞춰 환경과 사람을 ‘통제’할 때 안도감을 느끼지만, 이 행복은 불안정하고 지속되지 않습니다.
4-2. 자기결정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
데시(Deci)와 라이언(Ryan)은 인간의 기본 심리 욕구로 자율성, 유능성, 관계성을 제시했습니다.
유나는 자율성과 유능성은 충족하지만, 관계성 욕구를 무시합니다.
결국 관계의 결핍이 그녀의 행복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더 강한 통제 욕구로 이어집니다.
5. 작품 속 심리 분석: 유나의 행복 방정식
5-1. 통제와 안전감
유나는 환경과 타인을 철저히 관리할 때만 안정감을 느낍니다.
이는 심리학적으로 불안 감소 행동(anxiety-reducing behavior)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과도한 통제는 장기적으로 불안을 심화시키고, 주변인과의 갈등을 확대합니다.
5-2. 목표 집착과 인지 왜곡
유나는 목표 달성을 위해 타인의 감정을 무시합니다.
이 과정에서 흑백 논리, 과잉 일반화 같은 인지 왜곡이 나타납니다.
그녀는 ‘내 방식이 아니면 잘못된 것’이라는 극단적 사고에 빠져 있습니다.
5-3. 관계 파괴와 고립
행복은 사회적 상호작용 속에서 강화됩니다.
하지만 유나는 통제를 위해 관계를 단절하며, 결국 고립이 심화됩니다.
이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사회적 고립(social isolation)’의 전형적 패턴입니다.
6. 이론 적용: 건강한 자기효능감과 비교
6-1. 긍정적 자기효능감
건강한 자기효능감은 도전과 성장을 장려하며, 실패를 학습의 기회로 봅니다.
또한 타인의 권리와 감정을 존중하며, 목표 달성 과정에서 관계를 유지합니다.
6-2. 유나의 사례와 차이점
유나는 실패를 용납하지 않으며, 자신의 기준에서 벗어나는 사람을 ‘수정’ 대상 혹은 ‘장애물’로 인식합니다.
이는 효능감이 개인주의적·통제 중심으로 왜곡된 사례입니다.
7. 현대 사회와의 연결: ‘성과 중심’ 문화의 그림자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완벽한 자기관리’와 ‘성과 달성’을 성공과 행복의 척도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런 문화는 유나처럼 관계성보다 효율성을 우선시하는 사고방식을 강화할 위험이 있습니다.
결국 행복은 성취만으로 완성되지 않으며, 관계적 만족과 사회적 연대가 함께해야 지속됩니다.
8. 결론: [완전한 행복]은 존재하는가?
[완전한 행복]은 완벽을 향한 집착이 어떻게 행복을 오히려 파괴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자기효능감은 목표 달성의 중요한 심리 자원이며, 개인의 성취와 삶의 만족도에 긍정적 영향을 줍니다.
그러나 그것이 타인과의 관계, 도덕적 기준, 공동체적 가치와 분리될 때, 행복은 왜곡되고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건강한 행복을 위해서는 목표의 방향성과 가치 기준을 점검해야 합니다.
유나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질문을 남깁니다.
- 나의 행복은 타인의 행복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가?
- 내 자기효능감은 성취뿐 아니라 관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는가?
- [완전한 행복]이라는 집착이 오히려 불행의 씨앗이 되고 있지는 않은가?
진정한 행복은 완벽함에서가 아니라,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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